처음 <공모자들>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영화가 이렇게도 어두컴컴하리라곤 전혀 예상 하지 못했다. 임창정과 오달수, 그리고 최다니엘. 코믹 캐릭터 둘에 미남 캐릭터 하나.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겠지 싶었다. 그런데 시놉시스를 읽어보고, 스틸과 티저를 확인해보니 헉, 이게 그런 게 아닌 거라. <추격자>, <악마를 보았다>, <황해>를 섞어 놓은 듯한 분위기의 <공모자들>은 생각 이상으로 무거웠으며, 소위 말해 ‘후덜덜’했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범죄는 모두 선상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배에 인신매매의 대상, 장기를 적출할 의사, 운반책이 모두 탑승을 한 뒤, 도착 전까지 납치와 장기적출 작업을 마무리 짓는 구조다. 적출된 장기는 도착 후 운반책에 의해 운반 돼 중국 병원으로 옮겨진다. 물론 입국 명단에 피해자 이름은 없다. 절차와 관련된 문제들은 모두 돈이 해결해 준다. (그래서 제목이 공모자들인가 보다.) 쉽게 말해 이들은,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기업형 장기 밀매 집단이다.
스릴러 영화로서 <공모자들>이 주는 서스펜스는 상당하다. 마치 2시간이 20분으로 느껴질 정도로 힘 있는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될 듯 안될 듯, 잡힐 듯 말 듯 관객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전개는 훌륭하고, 몸에 힘 들어가게끔 만드는 격투씬들도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긴장의 끈은 좀처럼 놓여 지질 않는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임창정의 연기 변신이다. 대한민국에서 찌질한 연기는 이 사람을 따라올 인물이 없을 정도로 그 분야에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던 임창정이 웃음기 싹 뺀 얼굴로 진지하게 악역 연기를 한다. 일종의 도박이자 모험이다. 과거의 이미지가 오버랩 될까 우려스러웠는지 그는 약간의 코미디도 허하지 않는다. 어라, 근데 그게 또 잘 어울린다. 아마도 이번 영화 덕분에 임창정이라는 배우가 재발견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스스로의 연기 스펙트럼 역시 한층 넓어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위 얘기를 좀 해보자면, 이 영화의 경우 <악마를 보았다>처럼 양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다. 다만 얼마 안 되는 씬들이 주는 잔인함의 농도가 상당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영화의 소재나 내용으로 미뤄 봤을 때 그리 넘치지 않는 묘사였다고 생각한다. 또 사실 장기 밀매를 다룬 영화가 잔인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아마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있다면 스크린이 보여주는 직접적인 묘사 보다는, 마치 이런 일이 실제 있을 것만 같은 상상에서 오는 불편함 내지는 불쾌감 쪽이 더 컸을 게다. 오원춘 사건에 태아 캡슐에, 또 영화 시작 전 검은 바탕에 하얀 글씨로 또박또박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 되었습니다’라며 으름장마저 놓고 있으니, 집에 가는 길이 어찌 아니 뒤숭숭할 수 있으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