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씨께서 착한 연기만 잘 한다고 하시는 분이 많지만. 전 전혀 그렇지 않다는걸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약간 심드렁하지만 '니들은 도망갈때도 의견이 안맞냐?'하면서 조정대신들에게 짜증내는 선조의 모습을 보고 '이거. 악역도 잘하실거 같은데?' 싶더군요.
그리고. 제가 예상한 악역수위보다 끔찍하게 높은 수준의 악역연기를 보여주셨으니. 그 작품이 바로 닥터입니다.
(포스터가 없어서 이 이미지를 넣었습니다)
김창완씨가 연기하는 의사는 매사가 딱딱 맞춰져 있지만. 자기 심사대로 일이 안흘러가면 마구 짜증을 냅니다.
선하고 평온한듯한 얼굴이지만. 한번씩 터지는 것이 공포스럽습니다.
지독하단 표현으론 걸맞지 않은.순수하게 악한 모습을 보여주죠.
(그의 마음속에서 악이 생긴 동기도 순수한 마음을 짓밟은 여성의 비웃음때문이였죠.)
인상깊었던 장면중 하나를 들자면. 어떤 여자를 마취도 안하고 전신수술을 하다가 심박수가 떨어지자
'죽지마. 힘을내' 하면서 울먹이면서 응원을 하다가 심박수가 0으로 떨어져 죽자
바로 '넌 아닌가 보다' 하면서 무심하고 심드렁한듯한 표정과 말투로 바로 포기해버리는 장면이였습니다.
그런 순수하고 잔인한 그의 모습은 사건이 점점 흘러갈수록 강해지고 무서워집니다.
(특히. 각각의 대사를 주목해서 듣고 그 이중적 의미를 음미하시면 느낌이 배가 될 겁니다.)
이런 연기는 '실종'의 문성근이래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서운 연기였습니다.
또 특수분장이나 효과와 같은 면에서도 피가 흘러나오거나 메스로 살이 갈라지거나하는 부분들이
마치 진짜로 가르는것 같은 기분이 들게 제대로 만들었습니다.
전기톱이나 쇠손톱으로 베어죽이거나 목이 잘려죽는등의 장면도 없지만. 공포와 잔혹함이 느껴진건 다 특수분장덕분인것 같았습니다.
스토리상의 적절한 반전 두가지는 참.... 찝찝하면서도 왠지 '아. 그래. 너답다' 하면서 씁쓸한 역겨움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또 앤딩 크레딧 올라갈때 들려주는 '웃는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 는...참...
김창완의 연기폭은 넓어졌고. 감독 또한 굉장한 잔혹함을 실험하였고, 관객들은 이 영화에 멘붕당할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