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영화 ‘오감도’!!!
시사회가 열린 뒤, 영화를 본 사람들로 하여금 호불호가
강하게 엇갈리는 영화 중 하나다.
전신누드를 한 여성의 아슬아슬한 뒷태가 큼지막하게 박힌 티저포스터로 시작해
최근 공개된 동영상까지!
‘에로스’를 강조하며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빨간 궁금증을 채워 넣은 영화 오감도.
워낙 다양한 영화장르를 좋아하고, 허진호 감독을 좋아하기에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에로스’라는 주제를 한 명의 감독이 아닌 다섯 명의 감독이 풀어낸 영화라기에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고 배종옥, 김민선, 김강우 등 화려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사실에 맛깔스런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구미가 당기는 영화였다.
그런데 최근 기사나 몇몇 네티즌들의 평을 통해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기획의도나 영화의 내용 보다는 ‘얼마나 벗었나?’라는 것에
맞춰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이 “전혀 야하지 않은 영화”, “포스터만 야한 영화”라는 뉘앙스로
기사를 다루고 있었고 “낚였다”는 과격한 표현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의 스토리나 기법에 대한 평이 아닌 오로지
‘야한가, 안 야한가’에만 초점을 둔 영화평들을 보며 기분이 씁쓸해졌고,
이내 영화를 본 뒤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9일 극장을 통해 영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 훌렁훌렁 벗진 않지만 은밀한 에로스가 담겨 있는 영화
확실히 영화 <오감도>는 확실히 훌렁훌렁 모든 것을 전부다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인기배우의 특정 부위를 노출한 ‘박쥐’나 ‘색계’같은 영화에 비하면
조금은 얌전한 영화랄까.
하지만, 보일 듯 안 보일 듯 보여지는 이미지들과 다섯 가지 이야기들은
영화가 말하는 ‘에로스’에 천박한 느낌을 씌우는 것이 아닌
고급스럽고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감각적이고 아름답고 애절하고, 또 매우 은밀한 에로스가
녹아있는 영화라고나 할까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더더욱 이 영화를
“여배우들의 특정 부위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지 않고
쎈 장면도 없는 전혀 야하지 않은 영화”라는 등의 문장들로 정의 내린
사람들에 대해 화가 치밀었다.
야하다는 것의 기준을 남녀가 옷을 벗고 뒤엉키는 질펀한 정사로 여기고,
여성의 몸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남성적 시선으로 내려진 정의가 아닐까.
사람들마다 생김새가 전혀 다르듯, 성감대가 다를 것이고
영화에서 에로스를 느끼는 포인트도 제각기 다를 것이다.
몇몇 이들에게 전혀 야하지 않다던 영화가
내겐 야릇하고 자극적인 영화였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에서 배우들은 정말 자신의 개성을 최대로 끌어올린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그동안 TV 드라마를 통해 인자하고 자상하고 똑 부러진 이미지로만 느껴왔던 배종옥이
팜므팜탈의 섹시한 여배우로 변신하다니! 그 자체로 신선함이 가득했다.
섹시한 옷차림에 과감한 커트 헤어스타일, 진한 메이크업에 거기다 과감한 정사씬까지!
배종옥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그 정도의 연기변신을 했다는 것 자체가
영화의 야릇한 느낌을 더욱 상승시켰다.
# 배종옥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배종옥을 비롯한 김민선, 김효진, 이시영 등의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다섯 감독들의 저마다 개성이 담긴 각 에피소드에서 배우들은 ‘에로스’를
자기 방식대로 잘 소화해낸다. 그리고 키스하고 서로를 더듬고 사랑을 나누는
과감한 연기를 맘껏 선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사를 나누기까지의 과정과 스토리를
중요시 해야 할 영화이지 정사 그 자체의 디테일을 살린 영화는 아니다.
그렇기에 오감도를 통해 배우들의 벗은 몸, 적나라한 정사장면 등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는 피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간 “야하지 않은 심심한 영화”라는 생각만 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강하고 쎈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음지의 불법다운로드사이트를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화 <오감도>는 무조건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다섯 감독의 정서와 배우들의 매력이 결합된,
이른바 ‘절제되고 농축된 은은한 에로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키스 하나, 터치 하나에도 온 몸 가득 깊은 전율이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 속 다섯 가지 에피소드에는 ‘스토리’가 담겨있고
그 ‘스토리’가 있기에 영화에서 표현하는 19금의 에로스가
더욱 절절하고도 자극하게 다가 올 수 있는 것이다.
멀티플롯을 잘 살리지 못해 아쉬울 따름
물론, 영화 <오감도>가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애초에 ‘멀티플롯’영화라고 얘기했지만 각 스토리상의 유기적인 결합이 거의 없다는 점. 이것은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처럼 영화 각 편 속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어떠한 ‘존재’가 되는 관계설정이 있었다면 영화가 비록 다섯 감독의
뚜렷한 개성만큼이나 각 스토리상 색채가 뚜렷이 나뉜다고 해도
서로 연결되는 어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섯 감독들의 얼굴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그들이 지금껏 찍었던 영화들이 다르듯,
비슷한 예산에 ‘에로스’란 공통의 주제를 던져주고서도
모두 다른 작품이 나왔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동안 한 감독이 다룬 한 주제의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특권’을 잊고 살아왔다.
만약 ‘호스티스’라는 주제를 던져줬다고 하자.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보이즈>같은 작품을 우리는 접했지만,
만약 그 주제를 허진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 홍상수 감독 등 각각의
감독들이 그려냈다면 그 내용과 맛은 다 달랐을 것이다.
# 상상할 수 있는 특권을 준 의미있는 영화!
그래서, 더더욱 <오감도>를 통해 맛볼 수 있었던 다섯 가지 에로스의 맛이
나는 좀처럼 잊혀지질 않는다.
그래서 감히 이 영화를 ‘에로스에 대한 모든 사유와 상상,
감각이 담겨있는 절정판!’이라고 말하고 싶다. ^^
그리고 한 마디 더 건네고 싶다. 이 영화를 '노출 수위'로 보지 말고
'색다른 표현의 시도'로 보아 달라고.
그러면 영화는 훨씬 더 재밌게 다가오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