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을 읽었던 저는 역사의 격동기였던 조선 정조시대, 연쇄살인사건, 공납 비리, 신문물, 야소교도들의 탄압 등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영화 <조선명탐정>이 코믹하게 풀어나간다고 하니 정말 어떤 영화가 나올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진중한 연기를 주로 해왔던 김명민씨가 본격적인 연기변신을 한다니 더 기대를 했지요. 물론 <불량가족> <베토벤바이러스>를 통해 그 안에 내재된 코믹본능은 알고 있었기에 이번 영화에서 그가 만든 명탐정 캐릭터가 어떨지 참 기대되더군요
영화의 하이라이트와 멋진 부분만을 뽑아낸 예고편, 어떤 영화는 그 예고편이 다이고 더이상 볼거리는 별로 없단 얘기를 듣곤 합니다. 그런데 <조선명탐정>은 115분동안 예고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만큼 영화를 보는 내내 코믹한 대사에 웃음터지고 스릴넘치는 액션에 심장이 뛰고 (어떤 장면에선 날아오는 물건이 정말 나한테 날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따뜻하고 훈훈한 장면에선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그만큼 한장면 한장면에 공들인 표시가 역력합니다.
이렇다할 한국형 탐정 캐릭터가 없는 현재, <조선명탐정>에서 김명민이 만든 명탐정은 대표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의 이름을 닮아 명민한(!) 두뇌와 번득이는 재치에 섹시한 한객주에 홀리고 끝까지 허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남자, 참 사랑스럽더군요. 만화 <시티헌터>의 주인공 '료'도 생각나네요. (그만큼 여자를 밝히는 건 아니지만)
그의 사이드킥인 개장수 오달수씨 역시 홈즈의 동료 왓슨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서로 티격태격 놀리고 다투기도 하지만 위험할 때 서로 도움을 주는 둘의 모습은 속편이 나오면 더욱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까 싶네요. 왓슨은 좀 평범한 캐릭터라면 개장수 서필의 캐릭터는 보다 더 확실해서 명탐정과 균형을 잘 이룹니다.
섹시한 자태로 명탐정을 유혹(?)하는 한객주의 한지민씨 역시 연기로, 의상과 소품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줍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아래 포스터에서 한지민씨 뒤에 있는) 각시투구꽃, 영화의 부제인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아름다운 모습 뒤에 독을 감추고 있는 각시투구꽃에 숨겨진 비밀과, 한객주의 비밀을 의미하며, 이 둘은 영화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단서가 되지요.
<조선명탐정>은 퓨전사극으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추리물이긴 하지만 많이 어렵지 않아 관객이 함께 단서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인셉션>처럼 영화 내내 생각을 멈추면 안 되는 지적인 영화를 기대하고 가시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쉽지만은 않았던게, 원작소설을 읽은 저로서는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기에 두번째 보고나서야 의문이 많이 풀렸네요. 흥미로운 원작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읽고 싶은 분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읽으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