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해리가 건져낸 진실, 정의
팬터지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3편격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특징은 이렇게
간추려진다. 이 영화의 차별화 전략은 감독의 교체에서 시작됐다. 1편 <마법사의 돌>과 2편 <비밀의 방>을 연출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나홀로 집에>의 연출자답게 흥미로운 환상의 세계를 그려냈다. 쿠아론 감독은 <소공녀> <위대한
유산> <이투마마> 등 청소년들의 성장드라마에서 재능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3편의 시선도 성장드라마에 쏠려 있다.
마법학교 3학년에 진급한 해리 포터는 사춘기의 성장통을 앓는다. 그는 자신의 부모를 험담하는 아주머니에게 더 이상 참지 않고 따끔한 벌을
내릴 정도로 자랐다. 양친의 죽음에 대한 비밀과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고민이 그를 엄습한다. 행복의 기억을 빨아먹는 디멘터(감옥의 간수)와 보름밤
출현한 늑대인간과의 맞대결에서 이 문제는 효과적으로 다뤄졌다. 2편에서 시작된 어두운 세계는 한층 짙어져 때로는 거의 공포영화를 연상시킨다.
고뇌는 해리를 한 단계 성숙시켰고 세상을 보는 시선도 깊게 만들었다. 이는 해리가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행적을 바로잡는 에피소드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사형당한 ‘벅빅’(반은 말이고 반은 독수리인 전설의 동물)을 되살리고 위기에 빠진 죄수도 구출해낸다. 과거에 그는
벅빅의 참수를 수수방관했고 죄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혼자서 구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죄수는 ‘누명쓴’ 선량임을 밝혀낸다.
해리는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 이 모험에서 진실과 정의를 건져낸다. 정의를 세우고 진실을 밝혀내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교훈도 수확이다. 그가 자신감을 상실했을 때 아무런 일도 해낼 수 없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과거의 사실에서 진리를 구하는 작업은 할리우드영화의 한 특징이다. 가령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주인공들이 2차대전의 전장에
파묻혔던 휴머니즘을 구해 왔다.
정교한 드라마는 이처럼 풍성한 메시지를 전한다. 3편은 그런 의미에서 1편과 2편에 비해 한결 자란 느낌이다. 다채로운 캐릭터들도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사사건건 딴죽거는 톰에게 강펀치를 날릴 정도로 강단 있게 자란 헤르미온(엠마 왓슨),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점술담당
트릴로니 선생(엠마 톰슨), 너무 똑똑해 정나미가 떨어질 지경인 루핀 선생(데이브드 튤리스) 등이 그들이다. 전편에서 리처드 해리스가 해낸
덤블도어 교장이 근엄했다면 새로 기용된 마이클 갬본은 온화한 교장 역을 해냈다. 아즈카반의 죄수인 시리우스 블랙 역의 게리 올드먼의 개성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전체관람가.
감독 알폰소 쿠아론|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루퍼트 그린트·게리 올드만
영화의 색채를 좌우하는 것은 감독이다. 때문에 같은 제목의 영화라도 감독 취향에 따라 1편과 2편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가령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은 묵시록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영화였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2탄은 액션 영화였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는 영화가 감독의 창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크리스
콜럼버스가 만든 1·2편이 아이들을 위한 동화였다면, 알폰소 쿠아론의 3편은 청소년용 성장소설에 가깝다. 개봉 16일.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와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 그레인저(엠마 와슨)는 마술학교에서 3학년이 됐다. 학교에는 영혼을
빨아들이는 힘을 갖고 있는 어둠의 유령 ‘디멘터’들이 곳곳을 지키고 있다. 아즈카반 감옥을 탈옥한 시리우스 블랙(게리 올드만)을 잡기 위해서다.
시리우스는 해리의 부모가 있는 곳을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경에게 밀고, 해리 포터 부모를 죽게 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혀있었다. 사람들은
시리우스가 해리를 죽이러 올 것이라고 수근대고 설상가상으로 디멘터들은 해리를 무력하게 만든다.
‘해리 포터’ 3편이 비추는 세상은 더 이상 신비한 마술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어둠과 비틀린 유머를 강조하는 팀 버튼의 세계와 흡사하다.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는 학교는 ‘베트맨’의 고담시 같고, 디멘터들의 음산한 분위기는 ‘슬리피 할로우’의 목 없는 기사나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유령들과 포개진다. 사람을 공격하는 괴물책은 SF 호러영화에 나오는 외계 괴물을 연상시킨다. 1편을 찍었을 때 아이였던 배우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순진한 동화세계보다는 기괴한 판타지 세계가 더 자연스러울 듯하다.
성향은 바뀌었지만 판타지의 본령인 특수효과의 질과 양은 전편을 능가한다. 해리를 구박했던 이모부의 누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독수리와
말이 합쳐진 듯한 괴물 버빅이 해리를 태우고 하늘을 나는 장면 등에선 할리우드 테크놀러지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마법사들을 태운
3층 버스가 거꾸로 길을 질주하거나, 하늘을 나는 빗자루를 타고 벌이는 퀴디치 경기장면의 스릴감도 대단하다.
쿠아론 감독은 성장영화 수작으로 손꼽을 만한 ‘이투마마’를 만들었던 경험과 솜씨를 3편에서 발휘한다. “쟨 원래 핏줄이 나빠”라는 말을
듣는 고아 해리가 겪는 외로움과 정체성 혼란, 이를 어렵사리 극복하는 과정이 밀도 있게 묘사된다. 3편은 7편까지 이어질 시리즈의 중간다리이기도
하지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해리 포터라는 청소년의 성장영화이다. 6월 첫째주 영국과 미국에서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