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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들>이 마침내 개봉했다. 그러나 정작 법원
판결 이후 영화를 둘러싼 논쟁은 핵심을 벗어난 채 표류하고 있다. 영화의 논점을 되짚으며 비평적 입장을 정리했다
<그때 그사람들>은 제대로 논쟁을 일으키지 못한 채 극장에 걸렸다. 이 영화는 엉뚱하게도 표현의 자유라는 전혀 다른
영역의 논쟁거리를 만들어냈다.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신문 정치 사회면의 주요 뉴스로 다뤄지면서 과거사 논쟁 따위와 같은
식상한 주제와 같은 반열에 세워졌다. 그건 더 이상 논쟁이 되지 못한다. 이런 형태의 논쟁이란 끝없이 동어 반복하는 자동 인형들이 나와 서로
이편과 저편을 가르는 기계적인 반응 이상의 것을 보여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원으로부터 일부 장면 삭제 상영 판정을 받은 이 영화를 두고 모
방송국의 토론 프로그램을 보는 심정이 그랬다.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대의를 걸고 서로 만날 수 없는 토론의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그때 그사람들>의 논쟁점은 간단하다.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 방법론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은 이 영화가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객관적으로 사건의 표면을 제시하면서 인과 관계를 굳이 맺지
않은 채, 다시 말해 어느 편의 입장에도 서지 않은 채, 대통령이 여대생들을 끼고 술을 먹다 측근에게 살해당한 그날의 해프닝을 옮겼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 그 당시의 장례 조문에 나선 저명인사들과 대중의 모습을 담은 기록 필름을 이어 붙였다. ‘그때 그 사람들’은 대통령, 그 밑의
하급 권력자들, 그 하급 권력자들의 부하들, 그리고 대중에게 모두 해당한다. (물론 이것은 삭제되지 않은 원본 필름의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 영화는 모든 사람들을 그때 그 사람들로 은밀하게 호명함으로써 거꾸로 자신의 정체는 감춘다. 이 영화에서 대통령의 암살은 시해도, 거사도
아니다. 그냥 돌발적인 사건일 뿐이다. 그것에 대해,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후의 우왕좌왕하는 국가 관리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만세 좋아하시네’
임상수 감독은 역사책에 근엄하게 활자화된 사건을 스캔들로 만들었다. 진실을 드러내는 이건 대담한 시도다.
그렇지만 그것 자체가 이 사건을 보는 모든 열쇠라는 것도 성립되지 않는다. 분명히, 이 영화는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욕망을 부분적으로는 강렬하게
드러내면서 부분적으로는 감추려는 모순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정말로 임상수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를
추측했다. 감정적으로 가장 큰 공명이 일어나는 장면은 중앙정보부 김 부장이 대통령을 죽이는 장면이다. 숨 막힐 듯이 조여오는 긴장 속에서 김
부장은 외친다. "다카키 마사오." 아마도 이 말의 울림 속에, 그리고 처형하듯이 대통령의 머리에 총알을 쑤셔 박는 그 모습 속에 감독이 결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고 묻게 된다.
그건 박정희 시대에 대한 감독의 청산 욕망, 또는 그 시대에 염증을 느낀 상당수 대중의 욕망과 조응하는 허구의 카타르시스다. 유일하게
허구화했다고 감독 스스로 인정하는 이 장면에서 <그때 그사람들>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가장 노골적인 입장을 드러낸다. 여대생의 품에
안겨 흥얼거리는 가련한 늙은 남자를 김 부장은 죽인다. 어차피 죽으면 인간의 육신은 썩어 먼지가 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장엄한 공중 트래킹 쇼트로 이어진다. 대통령의 시체가 널브러진 만찬장에서 인근 공간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카메라는 이 암살극의 와중에 엑스트라로
동원돼 죽어간 이들의 죽은 육체에 시각적으로 묵념을 바친다. 그 후 영화는 다시 신중하게 위치를 재조정한다. 근대화를 일으킨 절대적인 아버지가
죽은 후 그 권력의 공동 상태에서 수습할 길을 찾지 못한 권력 상층부의 한심한 소동극을 담는다.
단호하게 유신시대에 대한 청산 욕망을 표한 암살 장면 다음에 이어지는 감정적으로 부산한 소동극은, 그의 죽음을 경건하게 받아들이는 일체의
해석도 배제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다. 앞서 말한 시각적 묵념 이후, 영화는 경쾌해진다. 심지어 사건을 목격한 두 명의 여자들도 아무도
찾지 않는 이층에서 술을 홀짝거리며 놀고 있다. 엄청난 일을 저지른 김부장은 습관적으로 잘될 거야, 라고 말하면서 육군 본부에 모여든
국무위원들을 설득하려다 망신만 당한다. 거사를 일으킨 쪽은 포위당하고 모든 것은 무심하게 수습된다. 잠깐, 아주 잠깐, 감독이 개입했던 감독의
박정희 시대에 대한 청산에의 의지는 실제 그 인물들이 벌였던 무계획적인 소동극의 활기 속에서 덧없이 사라진다. 대신, 야유가 남는다. 거사에
참여했던 이들의 최후를 증언하는 윤여정의 내레이션에서 "철딱서니 없는 것들"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만세 좋아하시네"라는 것이다.
임상수는 자신의 입장을 가리는 대신 우리에게 입장을 묻고 있다. 그는 이런 권력자들이 통치하던 나라에서 산 소감이 어떠냐고 묻는다. 그것 자체로
충분히 도발적이지만 새로운 질문은 아니다. 임상수는 10.26의 복판을 파고들었다기보다는 그걸 표면적으로 재현한 뒤 우리에게 거꾸로 묻고 있다.
‘근대의 혼란스런 풍속화’
그렇다면 이 영화의 해석 지점은 매우 제한돼 있는 것이다. 한심한 권력 시스템을 해부하고 그걸 묻어둔 우리
대다수를 야유하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해 가장 침착하고 분별력 있는 호평을 쓴 이는 영화평론가 허문영이다. 그는 여러 신문 잡지를 통해 수차례
이 영화를 지지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그때 그사람들>은 ‘후광을 지운 근대의 풍속화’다. 여기선 정치적 맥락도, 스릴러 장르의
외피도, 음모론이나 대의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사건과 인물의 표면에 몰두하는 돌파력이 있다. 그는 이 영화의 그런 접근 자체가 알레고리나 은유가
들어설 자리를 아예 없애버리고 장르 영화의 틀도 벗어던지고 두터운 입체감과 육중한 박진성에 이른다고 썼다.
두터운 입체감과 육중한 박진성이라는 말이 뇌리에 남는다. 이것은 영화가 준 힘일까, 아니면 비평가의 선지식으로 영화에 파고 들어간
결과일까, 다소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임상수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면밀하게 이 영화에서 정치를 배제했다. 영화 첫 장면은 유신 말기
당시에 일어난 부마 항쟁의 심각함을 알리는 내레이션과 다큐멘터리 화면이 깔리지만(이 장면도 법원의 명령으로 삭제됐다), 그 다음 장면에서
대통령에게 여자를 조달하는 채홍사 역할을 하는 정보부의 주 과장은 자신의 근무지에서 대통령에게 딸을 하룻밤 더 수청 들게 하기 위해 장광설을
펴고 있는 넋 나간 어머니를 한심하다는 듯이 본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대통령은 삽교천 건설 현장을 예방하고 돌아오는 길에 헬리콥터 안에서
부하들과 함께 물개 불알이 어떻게 됐다는 둥의 시시한 잡설을 떠들고 있다. 그가 재임 기간 동안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국가의 우상으로 만들었던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배경으로 대통령 일행이 탄 헬리콥터가 웅장하게 청와대로 돌아가는 풍경 속에서 대통령은 한 측근의 여자 문제를 두고 "남자의
아랫도리 일에 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 사내가 쩨쩨하게"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대통령은 시국을 얘기한답시고 경호실장과 중앙정부보장, 비서실장을 따로 불러 그날 밤 궁정동 안가에서 만찬을 갖는다. 이
자리에 가수와 여대생이 불려나온다. 가수는 엔카를 부르고 대통령은 여대생의 품에 안겨 어린애처럼 흥얼거리며 노닥거리고 있다. 궁정동 만찬
자리에서도 정치 얘기는 중심이 아니다. 텔레비전에서 삽교천 뉴스가 끝나자 만찬장의 이들은 텔레비전을 끈다. 캄보디아에선 1천만 명이 죽었는데
그깟 부산 마산쯤이야, 운운하는 얘기가 나오지만 그것도 슬쩍 스쳐 지나간다. 전세계에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는 대통령의 과격한 말도
나온다. 그것도 잠깐이다. 경호실장과 정보부장의 갈등이 잠깐 비치며 사태에 대한 강온파의 대립이 슬쩍 암시되지만 역시 잠깐이다. 느닷없이
정보부장은 밖으로 나와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해치우자고 부하들에게 말한다. 자신의 썩은 입 냄새를 각하가 맡을까봐 노심초사할 만큼 충성하던
정보부장의 내심에 무엇이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도 모르고, 임상수 감독도 그걸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때 그사람들>은 그날 그 자리의 표면만을 훑는다. 허문영의 ‘근대의 풍속화’라는 표현은 그래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풍속화지만, 권력 상층부에서 일어난 일을 담은 풍속화다. 일부러 정치의 영역을 떠나 대통령의 사생활, 술과 여자들, 대통령의 부하들의 갈등이라는
사적인 영역을 묘사하면서 그날 벌어진 사건의 표면을 훑는다. 육중한 박진감이라는 허문영의 표현은 탁월하다. 하지만 두터운 입체감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이 영화는 역사를 탈정치화하고 탈정치화된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면서 정치를 거꾸로 생각하게 하는 일종의 무정부주의적인 혼란
버전이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선형으로 퍼진다. 그것을 허문영은 입체감이라고 표현했지만 혼란감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절대적 아버지의 죽음을 처형 장면처럼 묘사하면서 단호함을 표했던 영화 속의 한 시대에 대한 청산 의지는 그날 그 자리에서 거사에 참가한
인간들이 아무 대책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이상 할 말이 없다. 아버지가 죽은 후 새끼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육군 본부
국무회의 귀퉁이에서 계엄을 선포하자고 조르는 김 부장 곁에서 그를 호위하는 민 대령은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육본은 우리가 접수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런 건 아니다.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모르는 국무위원들은 우왕좌왕한다. 거기서 임상수는 실제 국가 경영 시스템이 이토록
형편없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이게 ‘대한민국 만세 좋아하시네,’의 실체다. 그는 한 절대적인 아버지가 꾸렸던 국가 관리 시스템이 이토록 형편없는
것이었다고 고발한다. 그리고 삭제된 필름에서 전 국민이 거리에 나와 오열하는 장면을 보여 준다. 이것은 김일성이 죽은 후 북한 주민들이 보여
줬던 그 광란의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신중함과 야유 사이
임상수의 카메라는 신중하게 움직이고 굳이 화면을 잘게 나누지 않는다. 그날 궁정동 만찬에서도 대결의 에너지는
담겨 있지 않다. 어쩌면 그들 모두 한통속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다 벌어진 역사의 청산 현장에서 아주 잠깐 감독의 시선이 개입한다. 아까
말한 처형의 에너지다. 여대생과 술을 마시며 어린애처럼 그녀의 품에 안겨 흥얼거리는 한때의 최고 권력자의 모습을 죽이는 것에서 가공할 화면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일종의 해방감을 주는 것이다. 이 자를 끝장냈다. 누군가가. 그렇지만 죽어가는 그 순간에 그는 멋있지 않았다. 다만 가련했을
따름이다. 그 다음에 다시 영화는 아무 개입도 없었다는 듯이 객관적인 자리로 돌아간다. 인과 관계가 없었던 사건을 영화 자체도 인과 관계 없이
묘사하고 있다. 그건 달리 말해 이야기하기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과 통한다. 영화는 다 아는 사실을 묘사하고 있다. 그날 김 부장이 대통령을
죽였다. 대통령은 여대생을 끼고 술 마시고 있었다. 그를 보좌한 상층부 권력자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날 밤 서울 중심부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이것뿐이다. 그날 김 부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임상수는 그날의 기억을 보도를 통해서만, 또는 풍문을 통해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건을 물리적으로 꼼꼼히 재현하지만 이야기의 앞뒤 매듭은 짓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9년간 철권 통치를 휘두르던 대통령이 죽었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거사에 나섰거나 그 결과로 허둥대는
사람들 모두 아무 일도 일으키지 못했다. 세상은 그대로 있을 것이고 오로지 그 당시의 철권 통치에 무감해진 사람들의 추도 행렬이 이어졌을
뿐이다. 삭제된 장례식 기록 필름은 바로 그런 상황에 대해 우리의 소감을 묻고 있다. 그렇게 슬퍼했던 인간들, 우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라고 묻고 있다. 원인과 결과가 불명확한 이 영화의 약한 고리도 거기서 드러난다. 임상수는 여기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주
과장, 김 부장, 대통령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윤여정의 목소리를 빌려 나타난다.
어떤 해답을 우리는 구해야 했던 것일까. 일급의 재능이 모여 만든 전복적인 역사 영화였는데, 의미심장한 일보를 내딛은 영화였는데, 아쉽다고
한다면 그건 무엇 때문일까. 일단, 이 영화는 누구를 감화시키려고도, 설득시키려고도 하지 않는다. 사건의 인과 관계가 잡히지 않은 상황을 인과
관계 없이 그대로 제시했다. 감독은 해석자의 역할을 가능하면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그냥 툭 던져진 사건이다. 거리를 두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인간들을, 그들이 국가 최고 권력자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보는 통쾌감이 있다. 그러나 이 통쾌감은 관객의 사전 지식, 또는 기존 통념을
필요로 한다. 역사적 교양이나 기억이 없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생뚱맞을 뿐이다. 그러므로 대중 영화로는 지나치게 방만한 노선을 취했다. 인과
관계가 없는 사건이지만 영화는 맺음할 수 있다. 거기서 감독의 해석이 드러난다. 임상수는 맺음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감췄다. 결국 이
영화는 그 당시의 국가 경영 시스템이 이토록 한심한 것이었다는 것을 야유하는 데서 끝난다. 이것은 어느 쪽에서도 비난받기 쉬운 입장이다. 박정희
시대를 혐오하는 이들에게 그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박정희 시대를 절대화하는 이들에게 그건 받아들일 수 없는 신성 모독이다. 통쾌감 또는
적대감의 극단에서 <그때 그사람들>은 태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세필은 피해간 풍속화
임상수의 재능은 대단하지만 그는 화면에서 감정의 고정점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건 그의
지식인으로서의 강박이라고 생각한다. <바람난 가족>에서의 제스처, 현실적이지 않지만 상당한 해방적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제스처는 이
영화의 경우엔 먹히기 힘들다. 울분의, 또는 열광의 역사를 산 이들에게 초연함은 그 자체로 도전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약했다. 왜 임상수는
어느 지점에서 관객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감정을 고이게 만들지 않을까. 등장인물의 감정으로 들어가는 것을 그는 왜 거부하는 것일까. 영화 후반
장면에 나오는 궁정동 집사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는 우적우적 늦은 저녁을 먹는다. 그때까지 방관자였던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먹는다.
이 장면에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은 논리적인 연상 작용의 결과다. 그는 방관했다. 그렇지만 암묵적으로 동조했다. 아마도 그 당시를 산
상당수의 사람들의 입장일 것이다. 그는 먹어야 한다. 또는 살아야 한다. 이것처럼 슬픈 운명은 없다. 우리가 살기 위해 그토록 허다한 명분
싸움의 희생자로 들러리 서야 했던 역사에 대해 이토록 아픈 응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묘하게 깨어 있다.
<그때 그사람들>에는 더 많은 클로즈업이 필요했다. 이 영화는 근사하게 그려진 풍속화는 맞지만 세필은 굳이 피해간다. 등장인물의
동요하는 감정으로 더욱 들어가 그때 방관자였던, 또는 태어나지 않았던 우리의 뇌리에 어떤 시각적 인장을 찍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 영화의
일부에 드러난 그 강렬한 장면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