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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오락 영화라는 본분을 잃지 않고 달려가는 유쾌한 영화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그 캐스팅만으로도 강력한 포스를 발산한다. 브래드 피트를 놓고 제니퍼 애니스턴과의 이혼, 안젤리나 졸리와의 열애설
등이 겹쳐 영화는 지극히 뻔한 장르 영화임에도, 할리우드 스타덤에 대한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꽤 흥미로운 현실 반영적 텍스트가 됐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정체가 드러난 후, 존 스미스(브래드 피트)가 제인 스미스(안젤리나 졸리)에게 “국제봉사단의 일원이라 해서 매력을
느꼈는데”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영화 역시 장난처럼 현실을 상기시키고 있다(안젤리나 졸리는 실제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UN 국제기구 친선
대사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 우연히 만난 존과 제인은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렸다. 둘 다 경쟁 조직에 속한 일급 킬러들이지만 서로 정체를 밝히지
않았던 것. 5~6년의 세월이 흘러 현재, 여전히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그들은 권태기다. 섹스도 거의 없는 이들은 전문 상담사와도 만나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다. 그러던 중 각기 임무를 부여받은 두 사람은 암살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방해꾼을 만나 실패한다. 방해꾼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급기야 상대가 바로 자신의 배우자임을 알게 된다. 놀라움도 잠시, 그들은 각각 조직으로부터 48시간 내에 그 상대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인정사정 없는 대결을 벌인다.
‘정체성을 상실한 첩보원의 사랑’을 모티프로 <본 아이덴티티>(2002)를 통해 히치콕의 <오명>(1946)과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에 오마주를 바쳤던 덕 리먼이 또다시 히치콕에 도전했다. 제목마저 같은 히치콕의 할리우드 진출
초기작 <스미스 부부>(1941)다. 물론 ‘뉴욕에 사는 스미스 부부’라는 점만 빼곤 공통점을 찾기 힘들지만 정체가 밝혀진 후 존이
“사실은 나 재혼이야”라며 자못 진지하면서도 우스꽝스런 진실 게임을 하는 모습이 히치콕 영화 가운데서도 유별난 스크루볼 코미디였던 <스미스
부부>의 진실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연인이 조직의 명령과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 휴스턴의 <프리찌스
오너>(1985)의 코믹 버전, 혹은 생사를 건 부부의 결투를 그린 대니 드 비토의 <장미의 전쟁>(1989)의 스펙터클 버전에
가깝다. 그만큼 영화는 ‘배우자의 정체를 알아버린 혼돈’이라는 꽤 의미심장한 주제엔 별 관심이 없다.
덕 리먼이 <본 아이덴티티>에서 맷 데이먼을 180도 변신시켜 놀라움을 줬다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서는 두 배우의 이미지에 특별한 세공을 더하지 않는다. 브래드 피트는 헤어스타일도 비슷한 <오션스 트웰브>의 러스티
캐릭터보다 액션을 좀 더 하는 정도고, 안젤리나 졸리는 조금 얌전해진 툼 레이더처럼 보인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자고 만든 영화다. 덕 리만이 <스윙어즈>(1996)를 통해 발굴한 빈스 본의 우정 출연을 보면 더욱 그렇다.
마지막 순간, 두 부부는 마치 <내일을 향해 쏴라>(1969)의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처럼 문을 박차고 나와
<첩혈쌍웅>(1989)의 주윤발과 이수현처럼 등을 맞대고 거짓말 같은 총격전을 벌이며 부부 사랑을 과시한다. 시종일관 오락 영화라는
본분을 잃지 않고 달려가는 유쾌한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