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감독` 류 승 완
류승완 감독의 `짝패`가 한국영화의 약세 속에서도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있다. 15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초대작의 공세 속에서 25억원짜리인 이 영화는 개봉 첫주 말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 4일까지의 집계에서는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 와인스타인을 비롯해 20여개국에 판매되기도 했다.
`짝패`의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찬 성공은 류승완(33) 감독에게 뜻깊다. 그는 이 작품을 "`로즈버드`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로즈버드`는 오선 웰스의 `시민 케인`에서 성공한 언론기업인인 케인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혼자만 간직했던 `생의 보물`인,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줬던 썰매의 이름이다. 그만큼 `짝패`는 지난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 젊은 영화광인 액션 키드, 류승완의 펄떡이는 심장과 한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근심하는 리얼리즘 작가의 모습이 동시에 들어 있는 야심작이다. 최근 자신의 영화사 `외유내강`의 사무실에서 만난 류 감독은 한 시간여 내내 버스터 키튼에서 샘 페킨파와 마틴 스콜세지는 물론이고 주성치, 성룡, 이두용까지 무려 40여명의 국내외 스타감독을 줄줄이 읊어댔다. 여기에 가끔 "심형래 씨의 `변방의 북소리`는 정말 최고의 코미디"라며 대중문화사까지 섭렵한다. 클래식에서 B급, 국내외 영화사를 마구 오가는 그의 어법은 액션영화처럼 거침이 없다.
"`액션 키드`로서의 한 시기를 결산하는 작품이죠. 이제 비로소 영화광인 류승완과 작가 류승완, 액션 판타지와 리얼리즘 사이의 충돌과 모순이 비로소 가장 나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장뤼크 고다르 감독이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반복관람, 2단계에서는 글, 3단계는 감독`이라는 영화광의 3단계를 밟은 류 감독이 감독 데뷔 전 비디오가게 점원으로 일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근무하는 체인점은 전국에서 가장 독창적인 대여순위를 자랑했고, `텍사스전기톱 살인사건`등과 같은 `기괴한` 영화들을 재수생들에게 권해 `좌절`시켰다. 1990년대 중반 한국영화의 젊은 감독을 다룬 다큐 촬영차 만난 박찬욱 감독은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다.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이 내 영화적 구원자가 되겠구나` 했죠. 지적인 면모나 인품,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태도를 많이 배운 스승입니다." 무엇보다 박찬욱이나 류승완은 모두 자기 안에 내재한 충돌과 모순에 대한 명확한 자의식을 가진 작가다. `짝패`로 한 시기를 결산한 류승완의 다음 걸음, `제2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