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던 강우석의 대작 <한반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감독 스스로 “제목에 짓눌려 있었다”고 할 만큼 거대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영화, <한반도>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막 한반도 종단 여행을 마친 정선영 프로듀서, 조성원 미술감독, 오경아 의상팀장으로부터 숨겨졌던 <한반도>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 그들을 통해 듣고, 보고, 읽은 영화 <한반도>의 재구성!
사실 <아침의 나라>로 알려졌던 시나리오는 영화 <한반도>만큼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작품이 아니었다. 물론 숨겨진 국새와 한·일 간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가진 기본 내용은 같다. “골격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건축해 나가는 이야기의 폭이 넓어졌어요.” <실미도> <공공의 적 2>에 이어 <한반도>까지 짊어진 정선영 프로듀서는 <아침의 나라>와 <한반도>의 차이를 이렇게 요약한다.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도 원래 이야기엔 없었던 내용이다. “강우석 감독이니까 이야기를 ‘쫙’ 펼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란 게 정 PD의 말. 동선의 스펙트럼과 사건의 확장 범위가 넓어지면서, <한반도>는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서부터 풀어야 할 문제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우석은 원래부터 ‘사실감’있는 영화를 선호해 온 충무로 대표 흥행 감독 아니던가. 그렇다면 고종황제가 살던 궁도 진짜처럼 보여야 하고, 대통령이 기거하는 청와대도 진짜 같아야만 했다. 더구나 엄청난 함대와 전투기가 스크린을 채워야 했다. “촬영 현장에 와 봐서 아시겠지만, 우리 촬영은 일정대로 잘 진행됐어요. 하지만 산재한 문제를 풀어야 할 초반이 문제였죠.” 이를 위해 제작부는 서울시청, 국방부에 수많은 서신을 보냈고, 미술팀은 엄청난 수의 세트를 미리 짓기 시작해야 했다. 의상팀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공간을 메울 의상을 준비하기에도 벅찼다. 순제작비 97억 원 중 약 25억 원이 ‘실제 같은’ 세트를 제작하는 데 투입됐다. 약 2억 원의 비용이 1,000여 벌 이상의 의상을 제작, 구입하는 데 소요됐다. <한반도>를 위해 조성원 미술감독은 오픈세트를 포함 20여 개가 넘는 구조물을 만들어야 했고, 오경아 의상팀장은 주연배우는 물론 엄청난 수의 엑스트라들이 착용할 옷들을 준비해야 했다. 이렇게 <한반도>는 치밀한 전반 작업 속에 서서히 ‘반도의 재구성’ 단계를 밟아나갔다.
7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한반도>는 현재 막바지 후반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우석의 기존 영화답지 않게 미술 분야에 많은 신경을 썼고, 비주얼에도 공을 들였다. 정 PD에 따르면 “영화의 CG를 전담하고 있는 ‘DTI’를 포함 총 8개 업체 100여 명이 들러붙어 최종 완성에 스퍼트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는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일본과의 체결 당시 사용했던 국새가 가짜다’라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근미래의 대통령은 북한과의 경의선 개통에 박차를 가한다. 일본은 남북이 통일을 이루어 경제 대국이 될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그들은 을사늑약 등의 과거 문서를 빌미로 이를 제지하려 한다. 대통령은 통일을 원하고, 실리주의자인 총리는 이를 반대한다. ‘왕따’ 사학자는 국새의 존재를 이 기회에 밝히려 한다. 총리와 국정원 차관은 이를 저지하려 한다. <한반도>는 이처럼 남북 문제와 한일 관계를 동시에 껴안는 정치, 민족적으로 복잡한 영화다.
<한반도>는 지난 2005년 초반 본격적으로 기획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6년 1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근 6개월 만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어쩌면 <한반도>는 우리가 기존에 보아왔던 강우석표 영화와 많이 다를지도 모른다. 그만큼 거대한 이야기를 가졌고, 그에 부응하는 완성도를 갖췄다는 의미다. 물론 결과는 시쳇말로 ‘까 봐야’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2006년 7월, ‘한국영화 부흥’을 외치는 중요한 영화가 될 것이다.
<em>"대통령 캐릭터는 인간 자체보다는 역할 자체로 보여지는 것이 핵심이었다. 섬세한 연기보다는 선 굵은 카리스마를 내비치는 것이 관건이었다. 평소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나에게 그 ‘카리스마’는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했다." by ‘대한민국 대통령’ 안성기 </em>
01 명성황후의 죽음을 5,000만 국민에게 널리 알려라
<한반도>는 첫 장면부터 관객으로부터 ‘한민족’의 울분을 토해내게 만든다. 명성황후 시해 장면이 그것. 강수연이 이 역할을 위해 오랜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단 하루의 촬영을 위해 준비한, 철저한 역사적 고증 하에 만들어진 명성황후의 대례복은 촬영 후 일본 낭인들의 검에 의해 찢기고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돈으로 따질 순 없지만 수백만 원대의 애지중지하던 의상이 단 하루 만에 소각 되어버렸어요.” 오경아 의상팀장이 아쉬움을 토로한다.
02 궁(宮)은 역사이자 현재다
영화는 경희궁, 전북 부안에 구조된 왕궁 세트, 파주의 실내 세트를 오가며 촬영됐다.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경복궁, 덕수궁 등은 절대 대여가 안 된단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경희궁만이 촬영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 더구나 궁은 과거 역사의 재현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근미래의 인물들에게도 핵심적 장소다. “미술팀이 엄청나게 고생했죠. 과거와 현대를 분리해 보여줄 수 있는 장식들을 모두 다 설치해야 했으니까”라고 정 PD는 말한다.
03 진짜 대통령의 공간, 청와대를 만들어라
사실 <한반도> 제작진은 청와대 외관 세트를 지으려고 했다.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로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청와대를 방문, 둘러본 강 감독과 미술감독은 “포기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청와대 외관 촬영을 협조받았고, 집무실, 대회의실, 접견실 등의 내부 세트를 만들어냈다. 사진은 바로 대통령의 집무실. 조성원 미술감독은 “대통령 집무실이 의외로 크데요. 약 80평 정도 될 거예요. 전체적으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무실이 많이 참조됐고, 서재 쪽은 김대중 전 대통령, 뒷부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무실과 같다”고 말했다.
프로듀서에게 주어진 <한반도> 제작의 선결 문제는?
첫째가 청와대, 둘째가 궁, 셋째가 군이었다. 대통령이 등장하는 만큼 그의 공간을 만들어내야 했고, 명성황후와 고종이 등장하니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당시의 궁을 복원해내야 했다. 또한 일본 자위대가 현해탄을 넘어오는 상황이 있으니 이에 대응하는 공군과 해군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조재현, 차인표 등의 주요 배역 외에도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국에서 배우란 직함을 내건 대부분 사람들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보면 된다. 대사가 없더라도 상황에 대한 ‘리액션’이 아주 중요했기 때문이다. 캐스팅 담당에게 “우린 더 많이 필요한데, 배우들 동원이 더 가능하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사실 차인표 캐스팅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건 영화를 보면 말끔히 가실 문제다. 연기 경력 12년 이상 되는 주연급 중견배우가 최형인 교수에게 연기 지도를 받았다. 그 정도로 이번 영화를 통해 변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한반도>, 시작부터 완성까지 꽤나 오래 걸렸다.
2005년 초반부터 본격화됐으니 거의 2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영화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영화란 매체는 정말 ‘운명적 유기체’ 같다. 아이가 영양분을 섭취해 자라듯, <한반도>도 수많은 스태프의 땀을 자양분 삼아 자란 듯한 느낌이다. 5퍼센트의 가능성에서 시작해, 지금은 100퍼센트 아니 120퍼센트 이상의 만족도를 보여준다.
<em>"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민재에게선 ‘자존심, 고집, 애국심’세 단어가 떠올랐다. 그의 고집 속엔 분명 애국심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난 지금까지 몰랐던 우리 현실을 통해 영화 속 민재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민재를 떠나 인간 조재현으로서 가슴속 뜨거움을 느꼈고, 애국심이 저절로 생겼다.” by ‘사학자 최민재’ 조재현 </em>
01 누가 정부종합청사를 날려버렸는가?
“정부종합청사를 폭파시키는 건 누구에요?”라고 묻는다. “영화를 보시면 알아요!” 자리를 함께한 정선영 프로듀서, 조성원 미술감독, 오경아 의상팀장이 입 모아 답한다. 폭파 장면은 단 한 번으로 끝나야 했기에 미술 팀은 정교한 미니어처를 만들어야 했고, 특수효과 팀은 세밀한 장치를 설치해야만 했다. 이 미니어처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의 1/6 크기로 제작됐다. 제작비만 하더라도 1억 1,000만 원이 투입됐다. “제작기간만 3개월 걸렸는데, 촬영시간은 1시간 이었다”고. 강 감독의 “준비됐지? 레디, 액션!” “펑”. 이 걸로 끝이란다.
02 진짜 국새는 따로 있다니까요!
국립극장에서 진행된 촬영현장. 통일 기원 음악회를 보고 나오는 대통령에게 사학자 조민재가 소리친다. 진짜 국새가 따로 존재하고, 그걸 찾으면 일본과의 난처한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이 장면을 위해 조재현은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소리를 외쳐댔다. 조재현이 등장하는 위의 사진은 NG 컷으로, 뒤의 보조출연자가 그의 옷을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재킷이 다 찢어져 버렸다고. “옷 깁고 촬영하고, 또 깁고…” 오경아 의상팀장은 이렇게 그 당시를 떠올린다.
03 국새를 찾기 위해선 땅 끝까지 판다
고종의 진짜 국새가 숨겨져 있을 안동 하회마을을 발굴하는 장면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하회마을을 정말 이토록 처참하게 파헤쳤냐고? 물론 아니다. 이 장면 때문에 미술팀이 무척이나 많은 고생을 했고, 동원된 인원만 99명이나 됐다고 한다. “강우석 감독은 정말 운이 좋아요. 다른 장면들도 그렇지만 이 장면이 유독 그래요. 일산에 한류우드 토목 공사 부지를 빌릴 수 있었거든요”라고 정선영 PD는 말한다. 이 장면을 위한 조성원 미술감독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다. “지어진 한옥을 부수고 땅을 파는 게 아니었어요. 맨땅에 집을 짓고, 다시 부수고, 땅을 파는 역순이었죠. 촬영 전날 눈이 너무 많이 왔었어요. 제작진들이 그 눈 다 치우고 찍었어요. 여기 부지만 한 500평 될 거예요”라며 조 감독은 회상한다. 어쨌든 <한반도>를 위해 수많은 스태프는 짓고, 부수고, 파고, 덮어씌우는 무한 반복 작업을 되풀이해야만 했다.
‘짓고, 찍고, 부수고’의 반복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서부터 계속 세트를 짓기만 했다.(웃음)
<공공의 적 2> 이후 강우석 감독과는 두 번째 작업이다.
<실미도>도 할 뻔했으나 여의치 않았었다. 그땐 사실 미술감독으로 큰 좌절을 맛봤다. 강우석 감독 영화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비주얼’의 부분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반대였다. “나 미술 잘 모르는데, 신경 쓰고 싶다”고 강 감독이 말하더라. 시간적 여유도 많이 좋고, 계속 나와 의논해가며 만들어갔다. 처음엔 좀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반도>는 미술 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할 정도로 멋진 작품이다.
미술 감독으로서 특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청와대, 고궁 등 영화에 등장하는 무대들은 우리가 익히 TV, 영화들을 통해 보아왔던 것이다. 그런 만큼 정확한 고증을 통해 재현하지만, 기존에 봐왔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기존의 강우석 감독 영화를 생각하면 큰코다칠 거다.
강우석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간단히 말해달라.
강 감독은 워낙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분이다. <9시 뉴스>만 보던 할아버지가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더라도 전혀 낯설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점이 ‘비주얼이 꽝이네’ 등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미술에 대한 관점이 다를 뿐이다.
<em>"예전에 나의 지인 중 국정원 임원이 한 분 계셨었다. 그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이상현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누구의 방법이 옳은가는 역사가 판단을 할 것이다. 다른 이의 의견을 포용하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거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다.” </em><em>by ‘국정원 차관 이상현’ 차인표 </em>
01 일주일간 해군 입소한 <한반도> 스태프들
국방부와 협조를 구하는 데만도 무려 5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정선영 프로듀서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촬영과 CG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일정의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정 PD는 국방부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을 때를 감안해 태국과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미 해외 코디네이터와 일부 제작진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운 좋게도 국방부의 허가가 났다. 정 PD는 해외에 파견 나간 제작진에게 “그동안 회의했던 거 다 찢어버리고 돌아오라”는 행복한 소식을 전했다. 마침 해군의 해상훈련 계획이 있던 터라 일?스태프들만 일주일간 선상에 올랐다. “민간인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훈련시엔 모든 스태프들이 선실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고.
02 일본 침공, 한반도 비상
<한반도>는 북한과의 경의선 개통 문제를 두고 일본과 첨예한 대립을 펼쳐나간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고위 참모들은 상황실에 모여 국방장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는다. 일본 자위대가 현해탄을 넘어 한반도 상륙을 위해 오고 있기 때문. 위의 사진은 그에 대해 국군이 방어태세에 돌입한 상황을 보여준다. 해군 함대에 작전사령관이 헬기로 도착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03 스페이스 캠, 이것이 없었으면 <한반도>도 없었다
사실 ‘스페이스 캠’을 도입한다는 건 약간의 무리가 있었다. 미국에도 몇 대 없는 카메라인 데다,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꽤나 ‘센’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에서 스페이스 캠을 도입한 건 아마도 <청연>과 <태풍> 정도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공이었죠. 쉽게 말해 스페이스 캠은 스테디 캠과 지미집을 합쳐놓은 카메라예요. 항공촬영에 많이 사용되는 특수 카메라예요. 상하 좌우 조절도 쉽고, 흔들리지도 않아요.” 스페이스 캠이란 특수 카메라에 대한 정선영 PD의 설명이다. 일주일간의 해군 해상 훈련에 참여한 스태프들, 스페이스 캠이 없었다면 해군에게 배를 다시 돌리라고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뻔했다. 사진의 스페이스 캠 오퍼레이터는 미국에서 온 랠프 멘도자다.
04 <빨간 마후라> 이후 처음으로 공군기를 띄우다
공군 촬영은 충남 서산의 해미 기지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의 한국 침공에 대응키 위해선 해군뿐만 아니라 공군의 역할도 필수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이 바로 오래 전에 기획됐던 <한반도>가 강우석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이유다. 바로 ‘사이즈’의 문제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정 PD는 군과의 협조에 있어 “보안 유지는 물론, 불필요한 촬영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명쾌한 제안을 했다. 노출을 꺼려하며 처음엔 딱딱하게 나오던 국방부 측도 나중에는 <한반도> 제작진의 열정을 이해했는지, 4대 띄울 전투기를 8대로 늘려주고 군에서 사용하는 리얼한 언어들을 자문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한 스태프에 따르면 “처음에 신기해서 카메라로 공군 기지를 막 촬영했는데, 카메라 다 수거해서 저장된 사진들 다 지우고 돌려받았다”고 한다. 국가 보안 시설인 만큼 ‘보안 철저’는 핵심 사항이었다.
<한반도>는 작품 내에서 여러 시공간을 구현해내야 한다.
그렇다. 조선말기와 대한제국의 과거, 근미래로 상정된 현대, 여기에 국군 및 자위대의 군 부대까지. 프로듀서랑 “우리는 영화 세 편 찍는 거다”며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일단 과거 분량을 한 달 동안 모두 다 촬영했다. 그래서인지 다음 촬영은 몸은 힘들어도 수월하게 진행됐던 것 같다. 일단 명성황후 시기의 의복을 재현해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우리에게 (낡은 사진 정도로만) 알려진 명성황후 당시의 의관들이 완전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 혼란스러웠다.
<한반도>의 의상팀에게 주어진 특명이 있었다면?
과거의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이기에 한 치의 거짓도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영화에는 군중 장면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참 많이 제작하기도 했고, 빌리기도 했다. 군중 장면에 보통 300명 이상이 모인다.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6명이 함께했는데도 일손이 달릴 정도였다. 1,000벌 이상의 의복을 사용했던 것 같다.
영화에 참여한 소감은?
사실 <공공의 적 2>부터 영화 의상팀을 맡았다. 이번 영화는 전작에 비해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예산 면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운 편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 작품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행운이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