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이란 두 글자의 이름을 가진 대만감독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떤 작품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국내팬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린 대표작이기도 한 [와호장룡]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실감나는 무협영화 감독으로, 헐리웃 블록버스터인 [헐크]를 통해 뒤늦게 이름을 알게 된 관객이라면 헐리웃으로 진출해서 성공한 아시아 감독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영화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 그의 초기 전작들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가 일찌감치 헐리웃 속의 동양 감독으로서 세계적인 평가를 받은 감독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물론 최고 권위의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단골 수상자일 정도로 이미 ‘이안’이란 이름의 감독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세계적인 감독임에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이안 감독이 선보인 또 한번의 파격적 선택의 영화 [색, 계]는 ‘역시나’라는 감탄사와 함께 다시금 이안 감독에 대한 신뢰를 두텁게 다지도록 해주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강렬한 동양색채와 자극적 소재, 파격적 영상으로 돌아 온 이안 감독의 힘있는 신작!!
동양인 감독이 그려낸 ‘두 서양인 남자의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로써 2007년 아카데미 감독상과 제62회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잇단 극찬과 수상의 영광을 이끌어 낸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어 다시한번 파격적인 도전을 선보인 이안 감독의 신작 [색,계]는 올해 열린 제64회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역시나 ‘이안’ 감독의 저력을 세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자로 된 원제와 영어제목의 의미를 먼저 파악해야 할 영화 [색,계]는 그 제목에서부터 강렬하고도 자극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욕망 혹은 욕정을 뜻하는 한자어 ‘色(색)’ 그리고 영어로는 ‘Lust’, 범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경고 혹은 금기, 신중을 나타내는 한자어 ‘戒(계)’ 그리고 영어로는 ‘Caution’. 이렇게 단순히 직역하자면 욕망과 신중(경계)를 나타내는 한자어의 조합인 [색,계]란 제목과 함께 관객들은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와 이안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그것들에 대한 대략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전작인 [브로크백 마운틴]이 자극적 소재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돋보였다면 이번 작품 [색,계]는 그 내용과 표현, 색채와 캐릭터부터 심지어 단순명료한 제목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절제되어 있던 이안 감독만의 도발적이고 강렬한 표현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헐리웃적인 소재와 화면 속에 동양적인 정서를 교묘하게 담아낼 줄 아는 실력, 그리고 동양적인 이야기와 표현들을 헐리웃의 화려함으로 꾸며낼 줄 아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이안 감독이 이번에는 [색,계]라는 영화를 통해 중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중국의 땅에서 이루어지는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가장 동양적인 화면과 표현들로써 과감하고, 직설적이며 거침없이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차분히..조심스럽게...신중하게..관객을 서서히 빨려 들게하는 이안 감독의 "戒(계)"!!
1942년 일제 강점하의 중국 상하이. 친일파의 핵심인물로 모두의 표적인 정보부 대장 `이`(양조위)의 암살임무를 맡은 `왕치아즈`(탕웨이)는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그에게 접근한다. 영화 [색,계]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일제 치하 속에 놓인 중국을 배경으로 친일관료인 ‘이’와 그를 암살하기 위해 저항군에서 스파이로 심어 놓은 여자 ‘왕치아즈’의 위험하고도 잔인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때를 거슬러 올라가 1938년 홍콩으로 다시 시작한다. ‘광위민’이 이끄는 항일단체 대학 연극단에 가입한 왕치아즈는 광위민에게 이끌려 그가 연극단원들과 꾸민 암살계획에 동참하게 되고, 신분을 위장하여 정보부 대장 ‘이’의 부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마작과 수다, 담배가 유일한 즐거움인 이의 부인과 친일관료의 부인들 사이에서 어울리며 정보를 입수하던 왕치아즈는 의도와는 달리 쉽사리 경계를 풀지 않는 ‘이’로 인해 뜻대로 계획이 풀리지 않게 된다. 왕치아즈는 우연히 오가며 ‘이’와 눈빛을 마주치고,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을 해보지만 차갑고, 날카로운 ‘이’는 매번 그녀를 조심스럽게 피해갈 뿐이다. 그녀 역시 목적을 위해 그에게 접근하고 있지만 내면 속에는 한 남자에 대한 애정과 여러 갈등들로 복잡하기만 하다. 영화 [색,계]는 1938년 홍콩에서 연극단원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왕치아즈의 생활과 그녀의 심리적 갈등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신중하게 인물들과 이야기를 하나둘씩 벗겨나가기 시작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친일 관료로써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믿을 수 없는 남자 ‘이’와 꽁꽁 얼어 붙고 자물쇠로 채워진 그의 마음 속 경계, 그리고 그런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점차 변화해가는 여자 ‘왕치아즈’의 모습을 냉정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뒤이어질 스토리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마구 자극시켜 준다.
올해 열렸던 제 64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과 촬영상이라는 2관왕을 거머쥔 영화 [색,계]는 그 수상내역과 함께 최고의 감독과 배우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많은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어 줄 것이다. 특히, 영화의 실질적인 평가와는 무관하게 일찌감치 기사화 되어 주요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배우들의 노출연기와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걸맞는 정사씬들은 영화에 대한 또다른 측면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색,계]는 이안 감독과 배우 양조위, 그리고 세계가 인정한 스텝들이 만들어 낸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히 신뢰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작품임에 틀림없다. 이안 감독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오랜만에 만나는 동양 색채 강하고 자극적인 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며, 양조위라는 배우에게 이끌려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겐 기존의 영화와는 또다른 모습의 파격적인 연기로써 그 매력을 발산하는 양조위를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파격적인 무삭제 영상 만큼이나 놀라운 157분의 런닝타임 동안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매력을 확인하고, 찾아갈 수 있다면 영화 [색,계]를 선택한 관객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작품으로 기억 되어질 것이다.
가슴이 저리게 아파오는 느낌 , 영화를 보고 들어와 금방 잠을 들수없게 만드는 여운,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카리스마를 간직하고 있는 양조위, 눈에 뛰지 않는 미모지만 볼수록 빨려드게 만드는 탕웨이의 매력
